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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은 현재 왕실 개혁, 총리 퇴진을 외치는 민주화 시위대의 시위로 인해 매일 혼란스러운 정국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일 대규모 게릴라식 시위를 이어오다가 며칠 전에는 총리에게 3일 안에 퇴진할 것을 최후통첩한 후, 현재는 시위를 잠시 중단한 상태이지만, 시위대가 최후통첩 기한인 오늘 저녁 10시까지 총리가 퇴진을 하지 않아서 아마도 내일부터 다시 태국 민주화를 위한 시위가 다시 시작될 듯하네요. 아무래도 내일부터 시위는 예전보다 좀 더 격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그런데, 어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어제 있었던 현장 비디오 클립이 페이스북에 도배가 되더군요.

 

  일반 태국 국민은 감히 근처에 서있지도 못하는 고귀하고 근엄하신 현 태국의 국왕, 와치랄롱꼰 국왕님이 왕실을 지지하는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스스럼 없이 감사를 표하는 모습이 휴대폰 클립에 담겨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었습니다.

 현재 태국 국왕의 이미지는 해외에서 문신을 드러낸 쫄티를 입고 돌아다니는 기행을 일삼는 문제아 이미지 였지만, 어제 공개된 클립 및 사진 속의 이미지는 지금까지는 대중들이 보기 힘들었던 정반대였습니다. 외국인인 저 조차도 태국에 10년 가까이 지내면서, 처음 보는 모습이네요.

 

 어제는 10월 23일 라마 5세 쭐라롱콘 대왕의 날로, 이분은 태국 왕 중에서 대왕 칭호를 받는 몇 안되는 훌륭한 왕중 한 분을 기념하는 날이었습니다. 라마 5세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 열강들의 아시아 식민지 열풍 속에서도 태국의 독립국으로서 지켜냈었고, 노예제를 폐지하는 등의 태국에서는 아주 존경받고 있는 왕 중 한 분이죠. 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의 이름 역시나 쭐라롱콘 대학교입니다.

 태국 국왕과 왕비가 쭐라롱콘 대왕을 기리는 종교의식이 끝난 후 거리로 걸어 나오는데, 갑자기 태국 국왕님이 수많은 노랑셔츠를 입은 왕실 지지자들 사이를 행진하다가 국왕 포스터를 들고 열렬히 환영하고 있는 한 열성 지지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고마움을 표시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었습니다.

 이 열성 지지자는 감격을 참지 못하고 국왕 만세와 울음을 터뜨리며 이 클립을 페이스북 상에 자랑스럽게 공유를 하였습니다.

 

 이전 라마 9세 때는 지도와 카메라를 들고 태국의 시골 험준한 길을 누비며 태국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국왕의 모습을 여러 사진과 영상을 통해 많이 볼 수 있었지만, 현재 국왕은 사치와 향락을 좋아하며, 코로나 상황에서도 국민을 돌보지 않고 독일에 수많은 여성들을 대동해서 휴양을 즐기는 등 이전 국왕과는 정반대로 태국 국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국왕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러한 모습이 연출이 되니, 꽤나 신선한 변화라고 생각되네요. 이번 시위로 인해, 왕실 역시나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신을 꽤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태국의 군주제를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것은 피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보고 느낀 점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어쨌든 어제는 왕실 지지자들 사이를 거닐며, 권위적이고 다가가기 힘든 국왕의 모습이 아닌, 직접 국민들과 접촉하며 기꺼이 국민들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탈권위적인 국왕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되네요.

 

 국왕과 왕비뿐만이 아니라 다른 왕족들 역시나 옆에서 함께 행진하면서, 대중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등, 국민들에게 탈권위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태국에서 지내다 보면 매일 저녁시간에 모든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아실 겁니다. 그날 하루의 왕실 동향을 전하는 시간. 그 시간에는 국왕이 한 일부터 왕실 계승 순위대로 왕실 뉴스가 나옵니다. 항상 채널을 돌리다가 보고 있노라면 고귀하고 권위적이고 감히 옆에 서있지도 못하고 엎드려 있어야 하는 저 높은 왕족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길을 걷는 중에도, 왕족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갑자기 모든 차량이 통제되고 경찰들이 다가와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지도 못하게 하는 등 과잉 통제를 하여 생활에 불편을 주기도 하는 태국 왕실.

 

 이번 왕실 개혁 시위를 계기로 변화의 방향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현재 태국은 코로나로 인해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등, 국민들의 경제 사정이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입니다. 올해 마이너스 8% 성장할 것이라 예측된다는 기사를 본 것 같네요. 아세안 국가 중에 최하위.

 이런 상황에 군부 쿠데타로 실권을 잡은 군인 출신 총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권력만 탐하고 있고, 왕실은 국왕의 사치와 기행으로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의 국민들에게 엄청난 실망감과 허탈함을 안겨주고 있죠.

 

 태국인들에게는 깽짜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남에게 부담을 주거나 피해를 주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성향이자 문화이죠. 오죽하면 길을 걸어갈 때 다른 사람 앞을 지나갈 때는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는 듯이 빠르게 지나가는 깽짜이의 진수 태국인. 그러한 태국인들이 참다 참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태까지 와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게 바로 현재의 민주화 시위입니다. 점점 격해질 수 있는 상황에 까지 온 것 같은데, 아무쪼록 큰 사건이나 피해 없이 시위가 잘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어디까지나 외국인으로서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지라, 어느 한쪽을 지지하거나 다른 쪽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서 빨리 코로나가 사라져서 전 세계인이 몰려오는 관광 대국 태국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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